아이가 홈스쿨을 시작할 즈음, 우리 가족은 10년전 위(Wii) 콘솔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남편에겐 지루한 옛날 게임이었지만 이걸 처음 접한 아이들은 난리가 났었죠. 정말 재밌어하더군요. 그 중 아이가 좋아한 게 마리오카트라는 레이싱 게임이었고 그 캐릭터들 가운데 '키노피오'를 너무 좋아했어요. 둘째도 덩달아 키노피오의 여자친구인 '키노피코'를 좋아했죠.
아이가 수학 문제집을 다 풀고 다음 문제집으로 넘어갈 때, 저는 그 동안 별표한 문제들을 어떻게 다시 복습하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냥 "다시 한번 풀어보자~"고 하면 아이가 지겨워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수학을 재미있게 느끼게 할 방법을 찾던 중 이 키노피오 캐릭터들을 활용해 보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아이가 별표를 받았던 문제들만 모아서 시험지를 만들었습니다. 그 때 '엄마와 수학시험 본다'는 느낌 대신 귀여운 키노피오 캐릭터들을 중간중간 넣고, 문제의 이름에 아이들의 이름과 캐릭터의 이름을 썼습니다. 예를 들면 '키노피오가 사과를 100개 먹고 키노피코는 200개 먹었다면...'처럼요. 쉽죠? ㅎㅎㅎ 그런데 효과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출력해 온 시험지를 받더니 웃음부터 터뜨리더라고요. 그리고 문제를 다 풀고 채점한 뒤에는 캐릭터들을 잘라서 놀아도 되냐고 물었어요. 아직 애는 애구나...싶었죠. 복습의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는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둘째도 그걸 보더니 "엄마, 나도 복습할 때 이것처럼 해줘~"라고 했습니다. 물론 복습이라고 100점을 맞은 건 아니지만 아이에게 앞으로 복습이 흥미로운 시간이 될 거라는 기대감을 만들어 주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홈스쿨을 하다보면 아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알고 있는 부모에게 유리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 수학 시험지가 딱 그런 케이스였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들은 내 아이를 잘 아니까 아이가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물론 저도 종종 아이가 쉬운 문제를 틀렸을 땐 짜증도 내고 아이도 홈스쿨을 힘들어 할 때가 있지만, 종종 이런 이벤트들로 좋은 순간을 늘려가다 보면 홈스쿨이 힘들지만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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