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구체적인 홈스쿨링 이야기를 하기 전에 주5일 '홈스쿨링 시간표'를 먼저 공개하려 합니다. 처음부터 시간표를 짜고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엄마아빠도 처음 홈스쿨링을 하다보니 좌충우돌이 많았고 아이와 줄다리기도 하고, 때로는 설득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시간표가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엔 회사에서 아이에게 전화해 "오늘 숙제 했어? 수학만? 영어도 해야지~" 이렇게 잔소리를 해야 했습니다. 역시 처음부터 자기주도 학습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그렇게 요일별 루틴이 자리잡고 몇 주 후부터는 일일이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퇴근하면 아이는 엄마가 내 준 숙제를 다 해 놓았습니다.
일주일 시간표를 짜면서 영어와 수학은 주5일 무조건 기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에 한 문제를 외우고, 한 단어를 외우더라도 영어, 수학은 꾸준함을 이길 장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수학은 문제집을 풀면서 아이의 하루치 공부량을 가늠했습니다. 너무 많아도 싫증을 낼 거고, 너무 적으면 진도가 더디 나가니까요. 또 문제집마다 난이도도 다르고 한 페이지당 문제수도 다르기 때문에 문제집을 바꾸면 처음엔 그 기준을 다시 살펴줘야 합니다. 끝으로 또 하나, 코로나로 등교가 들쑥날쑥했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 가는 날과 가지 않는 날도 차등을 두었습니다. 집에서 온라인 할 때와 학교에 갈 때, 같은 4교시를 해도 시간차이가 나더라고요. 집에서 하면 역시 후뚜루 마뚜루 끝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한 학습격차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정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해서 잡힌 수학 시간표는 상황에 따라 하루에 4쪽~7쪽씩,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풀고 일요일은 쉬기로 했습니다. 주5일만 공부하기로 했는데 토요일엔 왜 수학 문제를 풀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뒷이야기에서 할게요.
영어는 어떻게 할까? 결국 학원도 그만두고 엄마표 영어를 하게 된 아이와 저는 전통의 홈스쿨 대명사 EBS 영어수업에 기대보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영어 교육 목표는 아이가 학교 영어 수업 때 당황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조기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가 친구들의 영어 실력에 기죽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원래 저는 EBS에 대한 무한신뢰가 있습니다. 유명하다는 입시강사들도 대부분 EBS출신이고, 저 역시 EBS로 공부했거든요. 그래서 수능 만점자 인터뷰가 나오면 '혹시 EBS로 공부했다는 말 없나?' 일부러 뒤지기도 하죠. EBS로 결정한 후 하루에 얼마나 진도를 나갈지 고민했습니다. 매일 하는 건 좋은데 저는 퇴근시간이 불규칙적인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저녁에 수업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하기로 했습니다. 30분만 일찍 일어나서 같이 EBS강좌를 보고 출근하자. 그리고 공부하면서 나온 어휘나 표현은 노트에 한번씩 적어주고 아이가 낮에 따라 적으며 복습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영어 한 단원을 3일에 걸쳐 나눠서 공부하면, 하루 강좌 분량이 20분 정도 나옵니다. 어휘, 표현을 적고 읽으면 딱 30분 안에 영어 수업을 끝낼 수 있는 거죠. 지금까지도 이 루틴은 어김없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아이가 저보다 먼저 일어나 "엄마, 영어수업하자~"고 저를 깨웁니다. 그 말을 들으면 아무리 피곤해도 벌떡 일어나게 됩니다.
국어는 월수금과 화목의 시간표가 다릅니다. 그래도 한 가지 자부하는 건 우리집 아이들은 책을 참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 바탕에는 엄마아빠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너댓살 무렵부터 자기 전에 무조건 동화책을 읽어주고 재웠습니다. 제가 퇴근이 늦어지면 남편이 읽었습니다. 처음엔 저희가 책을 골랐는데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두어권씩 들고 와 "이거 읽어주세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게다가 지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독서인증제가 있는데, 매년 권장도서 리스트를 주고 많이 읽은 아이들에게 상을 주고 있습니다. 첫째는 1학년때부터 3학년까지 줄곳 1등상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아이들의 독서량이 적지 않다는 생각에, 첫째 아이의 월수금 국어는 곧바로 독해가 되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많이 푸는 독해문제집을 추천받아 하루에 3개 지문씩 풀게 했습니다. 작년 4월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 문제집 시리즈 6권을 다 풀고, 다른 시리즈를 시작했어요. 그것도 벌써 두 권째네요. 그리고 화목에는 3학년 권장도서들을 하루에 한 권씩 읽도록 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권이면 적지 않아서 2주에 한번씩은 도서관에 가서 반납하고 대출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읽기만 한다면, 참 즐거운 심부름이죠!
지난 가을부터 이 시간표에 하나가 늘었습니다. 일기쓰기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일기는 매일 쓰게 하고 싶었지만 아이 성향상 쓰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군요. 그나마 주 3회라도 시도해 봤는데 아이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홈스쿨링은 무엇보다 아이와 부모의 신뢰가 돈독해야 하고 하루이틀에 끝나지 않을 마라톤이기에, 어떤 문제든 아이와 합의하고 설득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글쓰기 능력은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기에 일주일에 딱 한번이라도 일기를 쓰는 게 좋겠다고 합의를 했습니다. 아이는 일기를 일요일에 쓰겠다고 스스로 정했습니다.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일 |
영어,수학,독해 | 영어,수학,독서 | 영어,수학,독해 | 영어,수학,독서 | 영어,수학,독해 | 수학 | 일기쓰기 |
이렇게 아이의 홈스쿨링 시간표가 완성되었습니다. 시간표를 만들어 보니 스파르타 학원같네요! 하지만 아이가 하루치 공부를 다 하고+채점하고+틀린 문제를 푸는 시간까지, 다 합치면 두어 시간 정도입니다. 그래도 군소리 없이 하루하루 해 나가고 있는 아이가 참 기특하네요.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우여곡절의 시간들이 흐른 뒤 습관이 되었습니다. 공부습관. 그걸 만들어 주기 위해 첫 두세달이 중요합니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아이를 지켜봐 주세요. 너무 힘들어하면 같이 얘기해서 단계별로 조절할 필요도 있고, 너무 쉽게 끝내면 과감하게 추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결정을 아이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납득하지 않으면 홈스쿨링은 자칫 부모와 아이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하루치 공부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한다면 전 언제든지 저 시간표를 다 없앨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행복이지 성적이 아니니까요. 집은 공부하는 공간이기 이전에 사랑을 배우는 공간이니까, 홈스쿨링도 언제나 사랑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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