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초등영어] 2. 학원 대신 무료 영어 동화책으로 하는 홈스쿨

자기주도적 홈스쿨 2021. 1. 19. 10:24

이렇게 저희 첫째는 EBS로 영어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피곤하고 바쁜 날이 아니면 왠만해서는 아침 30분 수업은 빼먹지 않았습니다. 홈스쿨링의 중요한 규칙 중 하나는 집에서 하는 공부라고 해이해져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중심을 잡아 주는 건 엄마, 아빠여야겠죠. 그래서 정해진 공부시간을 부모가 어기거나, 숙제를 빼먹는 아이를 자꾸 봐주면 안 됩니다.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키게 하는 습관을 들여주는 건 인성교육에서도 중요한 거니까요. 

 

먼지 낀 영어동화책을 이번에 다 읽었다

그렇게 EBS영어를 시작하고 두어 달이 지나자 저는 또 다른 공부거리를 찾았습니다. 어학은 본래 자주 접해야 빨리 늘잖아요. 그런 제 눈에 띈 게 저 사진 속 책장입니다. 누구나 집에 영어 동화책이 얼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희 집에는 아이가 유치원 특성화 교육 때 받아 온 것들과 친척분이 주신 동화책 전집이 있었습니다. 앞선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전 영어 조기교육을 반대하는지라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받아오는 책들이나 선물받은 책들을 그대로 보관만 했습니다. 언젠가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 같이 보려고요. 드디어 지금 그 때가 온 겁니다. 물론 아직 아이가 모르는 단어나 표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자기 전에 엄마와 함께 책 읽는 게 습관인 아이들이기 때문에 영어 동화책도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던 이야기를 영어책으로 읽으니 더 흥미로워했다

 

이 책들을 타깃으로 삼은 후 저는 1권부터 차례로 모두 독파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원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들이 책을 골라와서 저에게 읽어달라고 했습니다(짧은 동화책은 두 세권).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오늘부터는 너희가 읽고 싶은 책이랑 엄마가 읽어주고 싶은 책을 하나씩 볼거야. 너희들과 같이 읽으면 재밌을 것 같은 책들이 있거든. 어때?" 아이들은 처음에 "에이~ 이거 영어책이잖아"하며 꺼려했습니다.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그걸 흥미롭게 바꾸는 게 제 역할이었습니다. 저는 그 전보다 더 정성스레 목소리를 바꿔가며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가끔 첫째 아이가 아는 단어가 나오면 "이게 무슨 뜻이었더라?"하고 묻고는 자신있게 대답하는 아이를 으쓱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쉬운 문장이 나오면 아예 첫째에게 해석해 달라고도 하고요. 그러면 종종 둘째도 "나 저 말 알아~"하며 끼어듭니다. 이런 책읽기의 가장 큰 목적은 영어도 한글처럼 당연하게 접하는 경험을 쌓는 일입니다. 그리고 영어로 된 책을 읽는 일은 대단히 똑똑하고 영어를 잘 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얼마든지 쉬운 영어책이 많으니까요. 이렇게 활자로, 문서로 된 영어문장을 자주 접하면 나중에 리딩공부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는 중학교 영어 선생님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친구가 저에게 해 준 조언 역시 영어로 된 문서를 자꾸 보여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추천해 준 옥스포드 리딩트리는 전국의 도서관에 많이 있습니다. 저도 동네 도서관에서 이 책의 1단계부터 종종 빌려다 읽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전집을 다 사려면 돈이 진짜 많이 드니까요. 꼭 소장해야 하는 책이 아니면 전 도서관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아이들책이 특히 그렇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필요 없어지는 책들은 결국 대부분 짐이 되기 때문에 애초에 잘 사지도 않습니다. 저희 집에는 그 흔한 전집 하나 없습니다. 그래서 옥스포드 리딩트리도 도서관에서 계속 빌려 읽을 생각입니다. 아직은 아이가 혼자 영어책을 붙잡고 읽으려고 하지는 않지만 곧 그런 시간이 올 거라 기대하면서! 맨 위 사진에 있는 책들은 하루에 한두권씩 읽어나가며 결국 끝장을 봤습니다. 그 사이 아이의 영어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나 두려움도 끝장을 보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