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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영어] 6. 초3 영어 자신감, 영어권 나라에서 쑥쑥

자기주도적 홈스쿨 2021. 1. 23. 14:19

 

 

 

지금은 생각도 못 하지만 코로나 이전까지는 저희 가족도 1,2년에 한번씩은 외국으로 여행을 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2019년엔 결혼 10주년도 되었고 아이에게 영어 쓰는 나라를 경험하게 하고 싶어서 큰 맘 먹고 호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 때 아이는 아홉살이었습니다. 인사 한 마디 못 하는 아이가 과연 외국인을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그 유명한 시드니 하버브리지에서 야경을 보며 다리를 직접 건너기로 했습니다. 패키지라 한국인 일행들이 앞뒤로 있었지만 아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혹시나 엄마, 아빠를 놓치고 외국인들을 만나게 되면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서서 이렇게 얘기하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  I'm waiting for mama. "

아이는 '아임 웨이팅 포 마마'를 뭔 말인지도 모른 채 중얼중얼 외웠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그 뜻을 알려주며, 네가 외국인과 얘기하는 모습이 보이면 엄마가 금세 데리러 갈테니 이 말 한마디만 하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자신감있게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두 아이는 다리 위에서 신이 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녔습니다. 저와 남편은 그런 아이들 뒤에서 예상한 시나리오가 맞을까 아닐까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누군가와 마주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시커먼 옷을 입은 외국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옷에는 'POLICE'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마도 하버브리지에서 야간보초를 서는 경찰관인 모양이었습니다. 어른 없이 아이 둘이 뛰어놀고 있으니 일단 붙잡고 뭔가를 물어본 듯한 상황이었습니다. 저와 남편이 기대했던 바로 그 순간이었던 거죠! 저희는 그 쪽으로 빨리 다가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는 저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가 가르쳐 준 대로 말했어. 아임 웨이팅 포 마마라고. 그랬더니 이 아저씨가 웃었어"

 

저는 경찰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경찰은 아이들에게 밝게 인사하며 보내주었습니다. 그날부터 집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한참동안 그 날의 일은 아이의 어깨에 심한 뽕이 되었습니다. "엄마! 나 호주 경찰하고 대화했잖아. 엄마가 봤지?" 이 말을 수십번은 들은 것 같습니다. 할머니나 큰아빠 등 다른 가족들을 만났을 때도 그 자랑을 하고 싶어서 제 옆구리를 쿡쿡 찔렀습니다. 저도 한편으로는 무척 대견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영 쑥맥은 아니구나, 싶어서 다행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작게나마 영어에 자신감을 얻어 온 것도 기뻤습니다. 

 

그런데 사실 진짜 어깨 뽕이 들어갈만한 사건은 하버브리지에 갔던 다음 날, 일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