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초등국어] 1. 유아기에 시작하는 독서습관, 동화책 읽어주기

자기주도적 홈스쿨 2021. 1. 31. 23:09

자기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습관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이제부터는 국어 공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국어가 그 어떤 과목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력이나 표현력, 글쓰기 능력은 비단 학교 공부에서만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입니다. 그것들이 부족하면 학교 공부에서는 문제 분석력이 떨어져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수학도 사회도 과학도, 요즘은 문제 이해력이 첫째더라고요. 아이가 분명 아는 내용인데 문제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출제의도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가 네 살 즈음때부터 11살이 된 지금까지 꼭 지키는 루틴이 있습니다.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일입니다. 양치질을 하고 침대에 누워 2~30분 정도 책을 읽어주고 불을 끕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루틴이 별 거 아닐 줄 알았습니다. 많은 엄마, 아빠들이 하고 있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그걸 매일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제 몸이 피곤한 날도 있고 아이가 그냥 빨리 잤으면 하는 날도 있고, 단순히 귀찮은 날도 물론 있고요... 그래도 처음엔 워킹맘인 제가 낮에 아이들에게 해 주는 게 없으니 퇴근한 후 자기 전에라도 성의를 보이자는 마음으로 성실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혹시 제가 늦게 오는 날에는 남편에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희한하게 아이들은 엄마 음성으로 듣는 게 더 좋은지, 엄마와 아빠가 모두 있는 날엔 무조건 엄마한테 오더라고요. 이렇게 종종 남편도 동원되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계속되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골랐습니다. 하지만 곧 엄마표 책읽기에 재미를 들인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큰 아이 한권, 작은 아이 한권. 점점 아이들이 자라면서 글밥이 많아지고 책이 두꺼워졌을 때는 몇 일 동안 책 한 권을 읽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습관이 된 자기전 책읽기는 저에게도 힐링이 되었습니다. 어린이 권장도서들은 참 순수하고 바른 이야기들이 많으니까요. 잃었던 동심으로 돌아가게 되기도 하고, 어렸을 때 대충 읽고 넘어간 고전들도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아이들에게 엄마표 음성으로 책을 읽어준 지 벌써 7년이 넘었습니다. 첫 아이는 11살이 된 지금도 스스로 읽는 건 읽는 거고, 밤이 되면 꼭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옵니다. 이미 독서 이상의 의미까지 생긴 것 같습니다.

 

이 습관은 생각보다 좋은 효과를 냈습니다. 아이들이 독서에 금세 재미를 붙이더라고요. 저는 출근할 때 아이들이 읽을 책을 책장 앞에 표지가 보이도록 세워 놓고 나갑니다. 그러면 책 읽기로 약속한 화요일과 목요일 낮에 아이들은 그 책을 꼭 읽습니다. 그리고 자기 전에 엄마와 읽는 책까지 세면 일주일에 서너권은 읽는 셈입니다. 특히 요즘은 밥 먹을 때 식탁에서는 책을 읽지 말자고 잔소리를 할 정도입니다. 물론 제가 권하는 책만 읽는 것은 아닙니다. 만화책도 많이 봅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집에 있는 책은 아무거나 봐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책이 재밌다는 기억, 책이 익숙한 아이들이 되는 게 중요하죠. 그래야 어른이 되어서도 쭉 책을 가까이 하며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만큼 우리의 세계관을 넓혀주는 것도 없으니까요.

 

아이들의 국어 공부는 이렇게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홈스쿨링이 별거 있나요. 그저 공부를 스스로 할 수 있는 기초를 집에서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책읽기로 흥미를 만들어 주세요. 처음에는 엄마의 음성에 귀 기울이다가 점점 자라면서 책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단, 엄마와 아빠의 질긴 인내심과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루틴이라는 건 꾸준히 지키긴 어렵지만 습관이 되면 분명 아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겪으며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홈스쿨링에서 꾸준함을 이기는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