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안내해 주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감독 하에 1:1 면접을 보는 게 2차 응시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대면 면접이 아닌 온라인 면접을 실시한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그동안 줌으로 화상 수업을 해 봐서 언택트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았지만 한 가지 걱정은 선생님의 돌발 질문에 답하고, 화상으로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그 문제를 다 풀고 난 후에 선생님께 풀이 과정을 설명해야 한다고 하니 아이가 잘 치러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일단 남편과 함께 시간표를 짰습니다. 무엇으로 시험을 준비해야 할까 생각해 보았는데 왠지 4학년 과정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3학년 대상으로 나라에서 치르는 시험이니 문제가 어렵더라도 3학년 과정이겠지 싶었습니다. 그래서 얼추 3학년 과정과 닿아 있으면서 아이가 어려워했던 1031 입문 문제집으로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총 4권 문제집 중에서 별표들만 모아서 일주일로 나눈 후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낮에 아이가 먼저 풀어 놓고 저녁에 아빠가 퇴근 후에 모르는 걸 같이 푸는 방식으로요. 거기에 추가된 건 그 중 아빠가 고르는 문제 하나는 아이가 직접 풀이과정을 아빠에게 설명해 보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고 불편해 하던 아이도 차츰 설명하는 게 익숙해져 갔습니다. 아빠는 아이의 설명을 다 듣고 "이런 문제는 이렇게 설명하는 게 더 쉽겠다"라며 정정해 주기도 했어요.
드디어 면접 날, 아이는 수학 문제를 풀어서 선생님께 설명하고, 과학 문제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고, 다른 친구들이 시험보는 동안 기다리기까지하며 세 시간이 넘게 노트북 앞에서 모든 언택트 면접 과정을 마쳤습니다. 시험 과정 자체가 아이에게는 도전이고 큰 경험이었어요. 이 과정을 통해 또 아이가 부쩍 성장했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늘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보다 앞서서 자라고 있으니까요.
얼마 뒤 GED사이트를 통해 합격소식을 들었습니다. 와! 영재학급이라니. 합격 소식을 들은 날 저희 부부는 너무 기뻐서 둘이서 방방 뛰다가 아이에게는 나름 차분하게 소식을 전했습니다. 축하는 했지만 부담은 주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가 영재학급 수업을 얼마나 재미있어 할지 모르니까요. 뭐든 본인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부모의 욕심으로는 억지로 끌고 갈 수 없잖아요. 어쨌든 지금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값진 경험과 좋은 친구들, 선생님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르니 영재학급을 시작하게 된 것만으로도 잘 된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본인의 공이 제일 컸다며 기뻐했어요. 학원 한번 안 가보고 본인이 가르쳐서 영재학급에 들어갔다고요. 홈스쿨의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고 하더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말 같아요. 언제까지 홈스쿨로 쭉 가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이번 결과로 남편과 저는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힘내서 2021년에도 홈스쿨을 밀고 나가보려고 합니다. 작년과는 또 다른 올 해가 될 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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